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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별이니, 출발이니, 여행이니 하는 데 대해서 매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이건 아주 천천히,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는 중에 우연히 알 게 되는 것이었다. 사흘째 되던 날, 바오밥 ―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그 줄기의 둘레가 20미터를 넘는 나무 ― 나무의 비극을 알 게 된 것도 이런 식이었다.
이번에도 양의 덕택이었다. 어린 왕자는 무슨 중대한 의문이나 생긴 듯이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 다는 게 참말이야?"
"응, 참말이다."
"야! 참 좋다."
양이 작은 나무를 먹는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바오밥나무도 먹지?"
나는 바오밥나무는 작은 나무가 아니라 성당만큼이나 큰 나무고 그래서 그가 코끼리 한 떼를 목고 간다 하더라도, 그 코끼리 한 떼가 바오밥나무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리라는 말을 어린 왕자에게 들려 주었다.
"그놈들을 모두 무등 태워야 하게……."

그러나 영리하게 이런 말도 했다.
"바오밥나무도 크기 전엔 조그맣게 돋아나지?"
"맞았다! 그렇지만 어째서 네 양이 작은 바오밥나무를 먹었으면 하는 거냐?"
"아이, 참!"
하고 그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나 혼자 이 수수께끼를 푸느라고 여간한 노력이 들지 않았다.
과연 어린 왕자의 별에도 다른 별이나 마찬가지로 좋은 풀과 나쁜 풀이 있었다. 따라서 좋은 풀의 좋은 씨와 나쁜 풀의 나쁜 씨가 있었다. 그러나 씨는 보이지 않는다. 땅 속에서 몰래 자고 있다가 그 중의 하나가 깨어날 생각이 든다. 그러면 기지개를 켜고 우선 아무 힘도 없는 그 예쁘고 조그만 싹을 해를 향해 조심조심 내민다. 무나 장미나무의 싹이라면 마음대로 자라게 내 버려 둘 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나쁜 풀이라면 그것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을 때 곧 뽑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어린 왕자의 별에는 무서운 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바오밥나무로, 그것은 자칫 늦게 손을 대면 영 없애 버릴 수가 없게 된다. 그놈은 별 전체를 휩싸 버리고 뿌리로는 벌에 구멍을 파 뫃는 다. 그래서 별은 너무 작은데 바보밥나무는 너무 많게 되면 별이 터지고 마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나중에 이런 말을 했다.
"그건 규율 문제야.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나면 별도 세수를 꼼꼼히 해줘야 해. 장미나무와 구별할 수 있게 되면 곧 바오밥나무를 뽑아 버리도록 규칙적으로 힘써야 해. 아주 어릴 적에는 바오밥나무와 장미나무가 몹시도 비슷하니까. 그건 대단히 귀찮지만 매우 쉬운 일이기도 해."
그리고 하루는 날더러 고운 그리을 한 정성껏 그려서 우리 땅에 사는 어린이들 머릿속에 이런 사정을 꽉 박아 주도록 하라고 했다.
"그 어린이들이 어느 때고 여행을 하면 필요할 거야. 제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게 괜찮을 때도 있지만, 바오밥나무의 경우엔 큰 사고가 생겨. 난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하나 아는데, 그 게으름뱅이는 작은 바오밥나무 셋을 허술히 넘겨 버렸어."
그래서 어린 왕자가 일러 주는 대로 그 별을 그렸다. 나는 윤리 선생티를 내기는 싫다. 그러나 바오밥나무의 위험이 하나도 알려져 있지 않고 또 길을 잘못 들어 어떤 소혹성에 발을 들여 놓는 사람이 크나큰 위험을 당하기에 한 번만 이 근심을 버리기로 했다.
'어린이들아, 바오밥나무를 조심하라!'
내가 이 그림을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 그린 것은, 나와 같이 오래전부터 알지 못한 채 당하게 되는 바오밥나무의 위험을 내 친구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이다. 내가 준 교훈이 그만한 값어치는 있었으니까. 그대들은 아마 이런 생각을 하리라.
'이 책에는 왜 바오밥나무만큼 굉장한 다른 그림이 없을까?'
그 대답은 지극히 간단하다.
'그려 보았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바오밥나무를 그릴 적에는 너무나 위급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