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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닷새째 되던 날, 역시 양의 덕택으로 어린 왕자의 아래와 같은 생활의 비밀을 알 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속으로 생각하였던 문제의 결과 인양,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이런 말을 물었다.
"양이 말이야, 작은 나무를 먹으면 꽃도 먹을 테지?"
"양은 닥치는 대로 뭇이든지 먹는단다."
"가시가 돋친 꽃도 먹어?"
"그럼, 가시 돋친 꽃도 먹고 말고."
"그럼 가시는 어디에 소용이 있어?"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때는 엔진에 너무 꼭 박힌 볼트를 빼내 보려고 한참 골몰한 중이었다. 기계 고장이 매우 중대한 것같이 생각이 되기 시작했고 또 물이 얼마 남지 않아서 최악의 경우를 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척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가시는 어디에 소용이 있어?"
어린 왕자는 한 번 물어 보면 결코 그대로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볼트 때문에 약이 오른 판이라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가시, 그건 아무 소용 없는 거야. 꽃이 고약해서 그런 것뿐이지!"
"그래?"
그러나 잠깐 묵묵히 있다가 그는 원망스러운 듯이 이런 말을 툭 던졌다.
"나는 아저씨 말을 믿지 않아! 꽃들은 약해. 그리고 순진해. 꽃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한 완전책을 쓰는 거야. 가시가 자기들을 보호하고 있으니까 자기들이 아주 무서운 것이기나 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요놈의 볼트가 그래도 꼼짝을 안하면 망치로 두들겨 깨 버리리라.'
어린 왕자는 다시 내 생각에 방해를 놓았다.
"아저씨는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꽃들이……."
"아니다, 아니야! 아무렇게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되는대로 대답한 거다. 나는 지금 중대한 일을 하고 있어."
그는 어이가 없는 긋이 나를 쳐다보았다.
"중대한 일!"
어린 왕자는, 내가 손에는 망치를 들고 손가락은 시커먼 기름투성이를 해 가지고 그에게는 추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물건 위에 몸을 굽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는 어른들 모양으로 말하는군."
이 말을 듣고 나는 좀 부끄러웠다. 그러나 그는 사정없이 말을 이었다.
"아저씨는 모든 걸 혼동해. 모든 걸 뒤죽박죽을 만들어!"
그는 정말로 성이 잔뜩 나 있었다.
그는 샛노란 금발을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나는 어떤 별에 살고 있는 얼굴이 시뻘건 양반 하나를 알고 있어. 그는 꽃 향기를 맡아본 일도 없고, 더하기밖에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어. 온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착실한 사람이다, 나는 착실한 사람이다, 하고 되뇌이고 있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잔뜩 교만을 부리고 있어. 그렇지만 그건 사람이 아니야. 그건 버섯이야!"
"뭐라고?"
"버섯이란 말이야!"
어린 왕자는 이제는 성으로 인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수백만 년 전부터 꽃은 가시를 만들고 있어. 그렇지만 양들이 꽃을 먹어 왔던 것도 벌써 수백만 년째야.그런데 어째서 꽃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들어 내느라 고생을 하는 지 알아보려고 하는 게 중대한 일이 아니야?…… 꽃과 양의 전쟁이 큰 일이 아니야? 이게 시뻘건 뚱뚱보 양반의 더하기보다 더 중대하고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거야? 그리고 말이야, 만약에 내 별 말고 다른 데는 아무데도 없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을 내가 하나 알고 있었는데, 어린 양이 제가 하는 일이 무언지도 모르고, 어느 날 아침 요렇게 단번에 먹어 없애 버릴 수가 있는데 그게 그리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는 얼굴을 붉히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누군가 수백만 개, 수천만 개 별 중에 하나밖에 없는 꽃을 사랑하고 있다면, 바로 별들만 쳐다봐도 행복한 거야. 속으로 '저기 어딘가에도 내 꽃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거든. 그렇지만 양이 그 꽃을 먹어 봐. 이건 그에게는, 별들이 모두 갑자기 빛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야! 그래, 이게 중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해는 이미 진뒤였다.
내 손에는 연장이 쥐어져 있지 않았다. 나는 망치며, 볼트며, 갈증이며, 죽음을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별, 어떤 떠돌이별, 나의 별, 즉 지구 위에는 위로를 해주어야 할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위험을 당하고 있지 않아. 네 양에다가 굴레를 그려 주마. 그리고 네 꽃에는 갑옷을 그려 주고.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무척 서투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그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의 마음을 도로 붙잡을 수 있을런지 알 수가 없었다. 눈물의 나라란 그다지도 신비로운 것이다.